안전 서류 자동화, 사진 한 장으로 위험성평가
사진을 올리면 위험성평가 초안이 나오고, 지게차 작업계획서와 교육 자료도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안전관리자가 직접 만든 사내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자동화하지 않고 남겨 둔 것도 함께 적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코드를 만지고, 주말에는 부엌에 있습니다. 겪은 것을 정리해 두는 곳입니다.
목차
현장 사진을 올리면 위험성평가 초안이 나옵니다. 지게차 작업계획서 같은 양식이 정해진 서류도, 교육에 쓸 자료도 프로그램이 만들어 줍니다.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직접 만들어 회사에서 쓰고 있는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게 있습니다. 전부를 자동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것과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그대로 사람 손에 뒀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 부분입니다.

안전 업무는 왜 서류가 이렇게 많은가
안전관리자 일을 해 보기 전에는 몰랐던 게 있습니다. 이 업무의 상당 부분이 서류라는 사실입니다.
위험성평가가 있고, 작업 전에 만들어야 하는 계획서가 있고,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교육이 있고, 그 교육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어렵지 않은데 양이 많고 주기적으로 돌아옵니다.
문제는 이 시간이 현장에 있어야 할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겁니다. 책상에서 문서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류 만드는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현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게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입니다.
한 줄 요약 안전 서류를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서류에 쓰는 시간을 줄여서 현장 시간을 늘리는 게 목적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위험성평가 초안 만들기
가장 자주 쓰는 기능입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프로그램이 그 장면을 분석해서 위험성평가 초안을 만들어 줍니다.
작업 방식은 이렇습니다.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프로그램에 올린다.
사진 속 상황을 바탕으로 위험 요인과 대책 초안이 나온다.
안전관리자가 읽고 고친다.
4번이 빠지면 안 됩니다. 사진에 안 찍힌 것, 그날의 작업 순서, 그 자리에서만 아는 사정은 프로그램이 알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만드는 건 완성본이 아니라 시작점입니다.
그래도 차이는 큽니다. 빈 칸에서 시작하는 것과 초안을 고치는 것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빠뜨리는 항목이 줄었습니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늘 쓰던 위험 요인만 적게 되는데, 프로그램은 매번 같은 기준으로 훑습니다.
양식이 정해진 서류는 자동화하기 좋다
지게차 작업계획서처럼 양식이 정해진 서류가 있습니다. 이런 건 자동화에 잘 맞습니다. 들어가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고, 매번 같은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사람이 매번 같은 칸을 채우느라 시간을 쓰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업 정보를 입력하면 서류 형태로 나오게 만들었고, 담당자가 확인하고 결재를 올립니다.
교육 자료도 비슷합니다. 주제와 대상을 정하면 교육에 쓸 내용을 만들어 줍니다. 다만 이건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우리 현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넣어야 사람들이 듣거든요. 일반적인 내용만 있는 교육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알아두기 안전 관련 서류는 법으로 요구되는 항목과 서식이 정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화하기 전에 해당 서류의 법적 근거와 요구 사항을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자동화하지 않고 남겨 둔 것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건 그대로 사람 손에 뒀습니다. 현장을 직접 보는 일, 작업자와 이야기하는 일, 이 작업을 오늘 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서류는 그 판단의 기록이지 판단 자체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만든 초안을 그대로 결재에 올리는 일도 없습니다. 자동화한 건 문서 작성이지 검토가 아닙니다. 안전 서류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그건 제 판단이 됩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 줬다는 건 나중에 아무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AI가 만든 내용은 그럴듯하게 틀릴 수 있습니다. 제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겪은 일인데, 근거 없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게 이 도구의 성질입니다. 다른 업무에서는 그게 시간 낭비로 끝나지만, 안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쓰면서 오히려 더 꼼꼼히 읽게 됐습니다. 초안이 있으니 검토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안전관리자가 직접 만들어서 달라진 것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만든 사람이 쓰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외주로 맡겼다면 요구사항을 문서로 정리해서 넘겨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위험성평가를 쓰다가 불편한 지점이 생기면 그날 저녁에 고칩니다. 현장에서 "이 항목이 자꾸 빠진다" 싶으면 다음 날 반영됩니다.
안전 업무를 아는 개발자는 찾기 어렵고, 개발할 줄 아는 안전관리자도 흔하지 않습니다. 둘 다 완벽하지는 않은 사람이 오히려 잘 맞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개발이 본업이 아니고 AI 도구를 써서 만들었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현장에 나가는 시간이 늘었다
만들고 나서 제일 달라진 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서류를 안 만들게 된 게 아니라, 만드는 방식이 바뀌어서 남은 시간이 생겼습니다.
예상과 달랐던 건 검토에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동화하면 전체 시간이 줄 줄 알았는데, 작성 시간은 크게 줄고 검토 시간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시간을 써야 할 곳은 그쪽이었으니까요.
앞으로 더 만들 것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기준은 계속 같을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형식은 프로그램에,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두는 것입니다.
혹시 안전 업무를 하면서 서류에 치이고 계신다면, 매달 똑같이 반복되는 것부터 하나만 골라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전부를 한 번에 만든 게 아니라 그렇게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