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팜스, 1번 계란 무료로 받은 후기
300만 원을 내고 3년간 매달 자유방목 1번란 40알을 받는 트립팜스 멤버십 1기 회원입니다. 2026년 1월부터 18번 받아 본 포장과 신선도, 계란값 계산, 중도 해지 조건까지 정리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코드를 만지고, 주말에는 부엌에 있습니다. 겪은 것을 정리해 두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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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습니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20구씩 한 달에 두 번, 지금까지 18번을 받았는데 깨져서 온 적이 없습니다. 다만 트립팜스 멤버십을 계란 정기배송으로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300만 원을 3년 동안 맡겨 두는 쪽에 가깝고, 그래서 계란 맛보다 회사를 얼마나 믿느냐가 먼저입니다.
저는 1기 회원입니다. 제주에 살면서 애월아빠들 계란을 평소에도 자주 사 먹었고, 그 브랜드가 보증한다기에 300만 원을 냈습니다. 이 글은 협찬이나 제휴 없이, 제 돈으로 가입한 사람이 아홉 달 받아 보고 쓰는 후기입니다.
한 줄 요약 계란은 기대한 만큼 좋았고, 300만 원은 계란값이 아니라 3년 묶어 두는 돈이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300만 원 내면 3년간 매달 40알, 3년 뒤 돌려주는 구조
트립팜스 멤버십은 가입비 300만 원을 내면 3년 동안 매달 자유방목 1번란 40알을 보내 주고, 3년 뒤 가입비를 전액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저는 20구 한 판씩 한 달에 두 번 받는 방식으로 받고 있습니다. 회사가 밝힌 바로는 3년 뒤 환급받지 않고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운영하는 곳은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알쓰컴퍼니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입니다. 대표는 이욱기대표, 제주에서 오래 계란을 만들어 온 애월아빠들 브랜드가 모체입니다.
회사가 벤처스퀘어 인터뷰(2026년 3월)에서 밝힌 자금 흐름은 이렇습니다.
회원에게 받은 가입비로 자유방목 농장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한다. 회원 1,000명당 농장 한 곳이 기준이다.
그 농장에서 나온 계란 중 약 15%를 멤버십 회원에게 보낸다.
나머지 약 85%를 유통 채널에 판매해 운영비를 쓰고 이익을 낸다.
그 이익을 3년 뒤 가입비를 돌려주는 재원으로 쓴다.
만기 전 환불 요청에 대비해 은행에 지급준비금 10%를 예치한다.
1기 회비로는 경남 남해군의 농장을 사서 공사했고, 2026년 3월에 병아리가 들어갔습니다. 트립팜스 2호 남해 봉화농장입니다. 지금은 2기 회원 1,000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홈페이지에는 동참 회원 568명, 무료로 제공된 1번 계란 108,060개, 확보한 복지 면적 10,341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번란이 뭔지부터 알고 가면 이해가 빠릅니다
국내 계란은 껍데기에 찍힌 사육환경번호로 1번부터 4번까지 나뉘고, 1번이 닭이 실외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유방목입니다. 2번은 축사 안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닭에게 자유로운 환경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전국에 1번 농장은 50곳이 채 되지 않습니다. 트립팜스가 "50개 농장"을 목표로 내건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트에서 1번란을 찾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입니다. 계란 한 판 고르면서 껍데기 숫자를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18번 받는 동안 깨진 계란이 없었습니다
포장은 예상보다 훨씬 꼼꼼했습니다. 아홉 달 동안 18번을 받았는데 깨져서 온 계란이 없었습니다. 한여름에는 아이스팩을 4개씩 넣어 보내 줘서, 다른 택배는 다 미지근하게 오는 날에도 이것만 시원했습니다.
계란을 담은 용기부터 다릅니다. 마트에서 사는 얇은 플라스틱 트레이가 아니라 제법 고급스러운 포장재를 씁니다.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는 게 과장이 아닙니다. 포장을 열 때마다 이 정도면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구를 2주에 한 판씩 받으니 우리 집에서는 대체로 다음 배송 전에 소진됩니다. 계란을 많이 쓰는 집이라면 40알이 부담스럽지 않고, 둘이 사는 집이라면 조금 남을 수 있는 양입니다.
제가 돈을 낸 이유는 애월아빠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동물복지나 RE100 같은 이야기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인 건 애월아빠들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평소 자주 사 먹던 계란이고, 그 브랜드가 보증한다고 하니 믿고 300만 원을 냈습니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낯설었습니다. 돈을 냈는데 돌려준다니 어디서 손해가 나는 건가 싶었습니다. 대표도 인터뷰에서 상조 회사나 정수기 렌탈이 처음 나왔을 때 다들 낯설어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콘도 회원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3년 동안 계란을 이자 대신 받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자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를 받지만, 이건 한 회사가 약속을 지켜야 돌아오는 돈입니다. 그래서 상품을 고른 게 아니라 회사를 고른 셈입니다.
3년 치 계란값을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숫자로 따져 보면 계란 자체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2026년 9월 기준 트립팜스 홈페이지에서 자유방목 1번란 40알의 정가는 60,000원, 멤버십 회원가는 42,000원입니다.
정가 기준: 60,000원 × 36개월 = 2,160,000원
회원가 기준: 42,000원 × 36개월 = 1,512,000원
300만 원을 3년간 은행에 넣어 뒀다면 붙었을 이자와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연 3% 예금이라고 가정하면 3년에 세전 27만 원 정도이고,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약 23만 원입니다. 금리와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정확한 비교는 각자 거래 은행의 상품으로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즉 계란을 정가로 환산하면 216만 원어치를 받고, 포기한 이자는 20만 원대입니다. 이 계산만 보면 꽤 유리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 3년 뒤 300만 원이 실제로 돌아온다는 전제입니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위의 계산은 의미가 없습니다.
또 하나. 마트에서 4번란 한 판을 6,000원에 사는 것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애초에 1번란을 사 먹을 생각이 없던 분에게는 매달 6만 원어치 계란이 그만한 가치가 아닐 수 있습니다. 평소에 1번란을 사 먹던 분일수록 이 멤버십이 맞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먹은 계란 값을 빼고 돌려줍니다
중도에 멈추는 경우, 그동안 받아 간 계란 값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3년을 다 채우면 전액이고, 중간에 나가면 그때까지 먹은 만큼이 차감됩니다. 생각해 보면 합리적인 구조입니다. 계란을 공짜로 받다가 원금까지 다 챙겨 가면 회사가 버틸 수 없으니까요.
다만 저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차감할 때 정가 60,000원을 기준으로 하는지 회원가 42,000원을 기준으로 하는지, 별도의 위약금이 있는지, 환급 신청부터 입금까지 며칠이 걸리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가입을 고민하신다면 이 부분은 저 같은 회원의 후기가 아니라 이용약관 원문으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돈이 오래 묶이는 서비스라 다음 정도는 미리 확인해 두면 좋겠습니다.
이용약관의 환급·중도 해지 조항을 캡처해서 보관한다
결제 내역과 가입 확인 메일을 따로 저장한다
회사가 말한 지급준비금 10% 예치가 어떤 형태인지 물어본다
정기 운영 리포트와 농장 소식을 계속 확인한다
3년 뒤 환급 신청 시점을 달력에 미리 적어 둔다
저는 이 구조가 법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는지까지는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상조나 렌탈처럼 관련 법의 적용을 받는지 궁금하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같은 기관에 직접 문의해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저는 회원일 뿐 전문가가 아닙니다.
계란은 확실했고, 나머지는 2029년에 알게 됩니다
아홉 달 동안 18번을 받으면서 계란에 대해서는 아쉬운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처음 걱정했던 배송 사고가 한 번도 없어서 그쪽으로는 마음을 놓았습니다. 예상과 달랐던 건 제 태도입니다. 가입할 때는 계란 정기배송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매달 남해 봉화농장 소식이 올라오면 꼭 열어 보게 됩니다. 결국 이건 농장 하나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3년 동안 지켜보는 일이더군요. 진짜 후기는 2029년에 300만 원이 돌아온 뒤에 다시 쓰겠습니다.